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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방/그림

그림을 그린다는 것

오랫만에
그림 공부를 했다

오늘 공부 주제는 
"제한된 색으로 그림 완성하기"

주어진 물감은 
노랑과 보라 그리고 흰색
보색을 사용하여 
가능한 한 다양한 색을 만들어 
그림을 완성해 보는 것이 미션이다. 

공식적인 미션과 상관없이 
(늘 가르치는 이의 목적과 
실제 수업 사이에 그리고 
학생의 실력과 깨달음 사이에는 
엄청난 갭이 존재하기에)
오늘 내가 얻은 가장 큰 소득 중 하나는

아! 그림은 
사진과 다르구나 
하는 것이었다. 

애정하는 
그림공부 메이트님은
이 깨달음을 
자신의 음악교육에서 
배운말로 
"모든 이는 자기 해석을 한다" 로 
번역하여 설명을 
제법 몇번이나 반복하였는데 

나는 오늘에서야 
그림을 통해 깨달았다. 

색이 제한되었기에 
눈에 보이는 
실제 대상(사진에 담긴)을
그대로 표현할 색이 
나에겐 없다
하지만 나는 그걸 보고 
내 그림을 그린다

처음에는 그저 색만 
다르다 생각했는데

사물이 
있는 자리도 
모양도 다르다

거기 서있는 
사물이 내 눈과 
사진을 거치면
거의 있는 모습 
그대로 담겨 오지만

거기 있는 
핏쳐와 망고가 
내 눈과 손을 건너면
낮선 곳 다른 색으로  
자리를 올겨버린다

어느것은 
핏쳐이고 망고지만

다른 것은 
망고이고 핏쳐가 아닌가?

이건 맞고 저건 틀렸나?

아니 그건 
모두 맞고
이건 사진기가 
본 그들이고
저건 내 몸이 
바라본 이들이다

이것도 저것도 
다 망고이고 핏처고
저것도 이것도 
핏처고 망고다. 

그걸 알게 되니
붓에 조금은 
힘이 들어가고 

색을 칠하는 일에 
제법 용기가 생긴다

누군가는 이걸 보며 
혹평을 한다고 해도

이젠 배를 쑥 내밀며

"이건 내가 본 망고와 핏쳐야" 

말하면 그뿐이다

내가 사는 삶도 
마찬가지이다

"이건 내가 본 내 세상이야" 
당당하게 외치며

나는 내 해석으로 
내 삶을 산다.
 

다만 모든 것에는 
최선이 담겨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고 우기는 일은

그리 오래지 않아 
모든이에게 들통이 
난다는 것만 기억하자

그림은 
참 많은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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