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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묵상 모음방)/잠언 묵상

짧은 묵상 : 잠언 1:20-33


오늘 우리가 읽은 잠언에서 지혜는 우아하게 자신을 따르고 자신의 말을 듣는 일이 옳고 정당하다 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길거리 한복판으로 나가 오고가는 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그들을 협박, 유혹합니다. 사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지혜자의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모습은 우리가 가정에서 너무 자주 만나게 되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대체적으로 집안에서 아이들과 악을 쓰며 싸우고 야단을 치는 쪽은 엄마들입니다. 우아하게 당위를 말하고 설득하고 폼잡는 쪽이 대체적으로 아빠인 반면에 엄마들은 아이들이 노는 꼴, 잠자지 않는 꼴, 숙제를 하지 않는 꼴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합니다. 기어이 싸움을 일으키고 아이들을 분노케해서라도 혹은 갖은 방법으로 꼬셔서라도 축구를 하게 하고 바이얼린 연습을 하게 하며 게임기나 컴퓨터를 끄게 만들고 맙니다. 반대로 그런 유혹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역시 만만치 않은 저항을 이어가는 일에 능숙합니다. 오늘 잠언에 등장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혜자의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말을 듣지 않기에 엄마의 목소리는 터지고 행동은 점점 거칠어지는 것과 같이 지혜자의 반응 역시 커지고 세집니다. 

한 가지 더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혜자는 분명히 지금은 너희가 듣지 않지만 오히려 제발 만나 달라고 봐 달라고 하는 ‘그 날(재앙의 날)’이 온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늘 아이들에게 하는 말 역시 같습니다. 그렇게 안자고 놀면, 연습을 안하며 숙제를 안하면…. 지금 절대 들리지 않는 그 말을 오히려 실감하고 눈물 흘릴 날이 옵니다. 

자 그럼 오늘 잠언은 여러분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나요? 여러분들은 지혜자 입니까? 말 잘듣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재앙의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는 사람인가요? 잠언의 이야기가 때로는 우리를 충고하는 사람으로 말듣는 사람으로 혹은 아직 정신을 못차리는 사람으로 각각 다르게 말하는 소리를 들으실 수 있나요? 

누군가에게 충고를 해야 하는 위치에 서있는 사람이 들어야 할 말은 그냥 우아하게로만은 안된다는 것입니다. 관심과 사랑을 가졌기에 안타까움으로 싸움을 피하면 안됩니다. 당장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끊임없이 지치지 말고 말을 걸고 부딪히는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누군가는 그런 사람의 관심과 애정이 지금 나를 만들었을 수 있음 또한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열심히 말을 알아듣고 바른 길을 가고 있다면 좀 더 자신있게 그 길을 가십시오. 두려움이나 누구 때문에가 아니라 여러분이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지혜롭고 옳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잠언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격려가 되시길 바랍니다. 

만약 아직 재앙의 날이 절대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지금 여기를 열심히 즐기고 있다면 예. 열심히 즐기십시오. 그러나 더 늦기전에 그날이 분명히 오며 그 날에는 나의 즐김과 선택에 대한 책임 역시 나의 몫임을 기억해야 할 겁니다. 우리에게 심판은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것의 결과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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