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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방/사진

시내에 가면

도시 근교에 살다가

시내에 나갈 때마다 

시내에는 각종 선과 면이

하늘과 만나 일으키는 마술을 보게 된다

 

오늘은 특별히 하늘이

비를 막 쏟아낼 듯이 찌푸린 얼굴이어서

더더욱 선과 면을 만나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냈다. 

 

사실 시내의 건물들은 

내가 사는 동네 집들과는 달리 

제법 딱딱하고 굳어있는 직선들의 모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직선이 또다른 날카로운 선을 만나고 

딱딱하고 크기만 한 면이 푸릇푸릇 나무를 만나고 

둥그렇게 아치로 서있는 돌문이 검은 기둥과 빨간 성냥갑을 만나서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래에서 서로 이겨보려고 뽐내기 시작하면

하나하나가 보여 줄 수 없는 또다른 신기한 풍경으로 담겨진다 

 

직선, 넓적한 면, 곡선이

푸른 나무와 달려온 차들과 함께

찌푸린 하늘 아래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때

어쩌면 우리는 자연에서와는 또다른 가능성을 엿보게 되는지도 모른다

 

어제까지의 경험과 지식으로

이건 맞고 저건 틀렸고 

도저히 이런 일은 일어 날 수 없어

편을 나누고  줄을 서고 각각이 선택한 줄의 옳음을 밝히려

거의 목숨을 걸며 싸움에 참전하기 일수인 사람들의 눈에는 

절대 보여지지도 않고 담아 낼 수 도 없는 전혀 다른 그림 앞에 서게 될 때 

 

그제서야 어쩌면 우리는

또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겠지

너도 나도 다르지만 틀린 것이 아니고  

이도 저도 모두 맞을 수 있는 세상

다른 것들이 하늘아래 손을 잡고

어우러질 때만 만날 수 있는 세상

그 안에서 우리가 마음껏 노래하고

목소리 높여 싸우고 같이 뒤엉켜

울고 밤새 놀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