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주말 리듬이 아닌
주간 리듬으로 자고 일어나는 바람에
5시 조금 넘은 시간에 눈을 떴다.
몸은 일어났지만
여전히 땡깡부리며 서로의 손을 놓지 않으려는
아래 윗 눈꺼풀을 달래보려고
베란단 문을 열고 나섰는데
기대했던 서늘한 바람이 아닌
훅하고 더운 바람이 몰려와
눈꺼풀 동맹을 더 강화시켜 버렸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눈을 지그시 감고
이런 저런 생각과 기도와 돌아 볼 일들을 주섬주섬 섬겨본다
그렇게 비몽사몽 졸음겸 기도를 드리는
머리 위로 누런 빛이 사뿐이 내려 앉는다.
여전히 붙어 있는 눈껍풀을 겨우 조금씩 열어
내려 앉은 빛을 따라 몸을 옯기고 눈도 옮긴다.
저 멀리 내가 여름을 여는 이글이글 햇님이야!
소리치며 누런 빛의 주인장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옆의 구름과 푸른 하늘도 당당한 외침에 쓸쩍 놀라
슬그머니 노랑 빛을 머금고 그렇게 노랑빛은 조금씩 여름을 만들어 간다
이걸 놓칠 순 없지 일단 사진기를 넘어 마음에 담고
왠지 득템한 물건을 가슴속 깊숙이 찔러 놓고 뿌듯함에 취해
다시 오늘 할 일과 드릴 예배 여기 흩어진 이들을 기억하며 잠시 손을 모은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렇게 여름을 만드는 주인이 나야!를
외치는 주인은 벌써 제법 하늘로 날아 올랐다.
다시 하나 마음에 저장. 배가 제법 부르다.
이제는 오늘 성찬을 준비하고
주일 아침 식사를 준비할 시간
오랫만에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고
맨 얼굴로 길을 나선다.
이렇게 시원 할 수가!
더운 바람도 마스크 없는 얼굴을 뎁히진 못한다
이제 더 이글이글 하며
큰 소리로 호령하며 완전 하늘로 날아 오른
여름의 주인을 다시 담아 본다.
앗 그렇게 하늘로 훌쩍 날아오른 주인을 담았는데
같이 딸려온 나무와 하늘 나뭇잎들이 아우성을 친다
여름을 만드는 건 이글이글 고함치는 햇님만은 아니라구요.
늘 있는듯 없는 듯. 큰 변화나 멋짐을 외치지 않지만
자리를 지키며 여름을 준비하고 기다린 우리들도 있다구요.
아침 다시 깨닫는다.
여름은 이글이글 뜨거운 해 혼자 만들어 내는 게 아니구나
세상은 목소리 크고 폼나는 옷 입고 눈에 잘 띄는 사람들이 바꾸는게 아니구나
그저 묵묵히 소리없이 빛도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변화를 기다리고 환영하는 수 많은 작은 것들이 다같이 여름을 가져오는구나
이름없이 그저 스쳐지나갔던 수없는 무명의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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