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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방/사진

당당함과 수줍음

밤은

분위기와

풍경만이 아니라

모든 밤에 거하는

친구들도 바꾼다

 

낮의 모양을

결정하는 주인공이

높이 솟아 따갑게

비취는 해의 기운이라면

 

밤의 친구들을

마술로 초대하는

대연회의 주인장은

단연 땅에서 불쑥 솟은

은은한 불빛 불빛 불빛이다. 

 

낮의 색과 모양은 

자기를 자랑하고

숨김없이 다 드러내는 

당당한 용사의 그것이라면

 

밤의 빛과 자태는

무언가 감추고

은은하게 유혹하는

수줍은 신부의 모습을 띈다

 

하늘의 강렬한 태양빛이 

오히려 낮에 초대된 손님을 

오롯이 무장해제 시킨다면

 

밤의 쓸쓸한 불빛은 

저녁 잔치에 설레임을

배가시키며 얼굴을 가리게 만든다

 

밤의 수줍은 불빛 아래 

교회도 다리도 나무와 하늘 조차도

빌딩을 덮고 공격하는 덩쿨 병사들도

마치 들켜서는 안되는 매복병들처럼 

자기 모습을 위장하고 거기 서있다

 

우리가 꾸역꾸역 살아가는  삶에 

성공과 승리와 자랑과 축배만 있지 않고

실패와 패배와 겸손과 굴종도 있음이

밤과 낮의 풍경안에서도 고스란이 

담겨있음에 다시 깊이 고개를 끄덕인다

 

대부분 우리는

밝음과 당당함을 원하지만

그렇지 않은 씁쓸함에도

맛이 있고 색이 있음을 안다면

우리의 한숨이 조금은 가벼울 수 있을까?

 

짙은 어둠이 덮여가는 

강가의 수줍음을 담은 

가로등을 바라보며 다시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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