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땅으로 낮추면
작은 것들이 보인다
앞만 보고 사는 일에 익숙한 우리는
정작 하늘 보는 것만 잊고 사는게 아니다
우리는 앞만 보다가 옆도 뒤도 저기도 보지 못한다
그래서 하늘도 보면 살자 를 말하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잠깐 숨을 크게 쉬자" 이다
멈춰서야 앞만 아니라 옆,뒤, 저기도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갑자기 아빠를 불러올린 셋째의 무심한 요구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15분의 시간이 멋진 선물을 주었다
멈춘 차에서 내려 하루종일 컴퓨터 앞 의자에 붙박혀있던
구겨진 몸에게 신선한 자유의 시간을 줄 수 있다.
15분의 짧은 시간이 주는 선물은
낮선 동네에는 다른 꽃들과 다른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걸음을 옮기면서 또다른 꽃들을 좇아가다보니
문득 오늘 낮선 동네의 늠름하고 의연한 주인을 만난다
오히려 조심스럽게 주인을 알현하는 나그네와 달리
그저 무심하게 자기 일에 집중하는 듬직한 멋진 주인의 모습
그렇게 30분만 공간이 바뀌어도
전혀 다른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친구가 되어 마을을 이루고
그 안에 또 그 마을을 지키며 살고 있는 주인이 있는 법이다.
내가 알기 훨씬 전, 내가 보기 오래 전부터 그들은 그렇게 있었다
다만 내가 가본적 없고 본적 없어서 몰랐을 뿐이지.
잘난 척 똑똑한 척 혼자 다하는 나만 모르고
온세상이 다아는 그 일이 벌써벌써 이미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