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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묵상 모음방)/잠언 묵상

짧은 묵상 30-0 "꼰대스럽지 않을 수 있는 비결"

‘꼰대’라는 말은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그것은 소수의 좋지 않은 아이들이 어른들(특히 자기 선생님이나 부모를 지칭하여)을 부르는 속어같은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공공연하게 적절치 못한 태도를 가진 어른들을 비웃는 통칭어로 사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전에는 꼰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은밀하고 조심하게 사용하는 상황이었다면 이제 바뀐 형편에 서게된 어른들은 이전의 일부 불량학생들의 자세처럼 졸지에 자기의 말과 행동을 사전 검열 하게 된다. 세상이 말세야!를 속으로 주절거리면서 말이다. 

 

이런 바뀐 세상 속 영문 모르는 어른들은 이제 어떻게 하면 ‘꼰대스럽지’ 않을까?를 고민하고 연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과 세상은 다 알지만 그들만 여전히 모르는 비밀하나는 아무리 그런 연구와 안타까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미 완전 노란색 쉰내나는 꼰대임이 탈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지경 속에서 오늘 잠언을 대하면 꼰대임에도 꼰대스럽지 않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무려 그런 멋짐이 지금 시대의 말이 아니라는 것에 더더욱 소름이 끼친다. 

 

그럼 오늘 잠언이 보여주는 꼰대이면서도 전혀 꼰대스럽지 않음의 모습은 무엇일까?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라는 말이 있다. 이게 꼰대가 꼰대스러움을 그나마 피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명언중 하나이다. 이 말을 말그대로만 생각하면 절대 말을 하면 안되고 돈만 내라는 말로 읽을 수 있겠지만. 적절히 간헐적으로 얼굴만 스치고 지나가거나 서로의 삶에 크게 관계없는 경우에는 적절한 해석일 수 있겠지만 그건 아비 어미가 취할 수 있는 태도일 수 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여전히 어른들의 잔소리는 듣고 싶지 않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지갑은 필요하다로 읽으면 어떨까? 그리고 조금 더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들에게 필요한 지갑은 단순히 돈만은 아님 역시 쉽게 찾아 낼 수 있다. 잔소리는 듣기 싫지만 그들은 여전히 어른이 필요함을 역으로 보여준다. 그러면 이제 눈치빠른 어른들이 가져야 할 태도는 주눅들어 조심함이 아니라 오히려 때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그 아이들 곁에 있는 듯 없는 듯 있어 주는 것이다. 물론 지갑을 준비하고서 말이다. 

 

잠언이 우리에게 쏟아내는 말들이 이런 모양을 띄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잠언에는 수없는 설득, 경고, 권면이 던져진다. 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특히 오늘 본문은 더욱) 현실 속 우리가 겪는 적나라한 문제 역시 같이 던져진다. 말을 하지만 강요하거나 압력을 가하지 않고 반대로는 자녀들이 알아야 하는 것을 피해가거나 주춤거리며 눈치를 보는 일 또한 하지 않는다. 결국 잠언의 쿨함은(하나님 아버지의 쿨함이겠지)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을 제공하고 말하면서도 본인의 선택과 결정을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와 힘. 바로 거기에 꼰대이면서 꼰대스러움을 피할 수 있는 멋짐이 발생한다. 우리도 이걸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만약 이걸 갖고 싶다면 나 자신 지금보다 훨씬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또 다른 의미의 능력자(?)가 먼저 되어야 할 것이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의 문제니까.  

 

https://youtu.be/kcjRSb_rL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