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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묵상 모음방)/잠언 묵상

짧은 묵상 / 잠언 11. 잠언 7장 10-27

여전히 잠언은 간음에 관한(음욕에 끌리는 일) 이야기를 강조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본문에 흥미를 잃기가 쉽습니다. 우리 중에 이렇게 까지 유혹을 받거나 이런 행동을 하는 경우는 그리 실제적인 상황일 확률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묵상 역시 음욕에 끌리는 일에 관한 경고임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삶에 비추어 보는 일에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는 묵상을 위해 애를 써야 할 듯 합니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오늘 본문을 천천히 읽어 보면 유혹하는 이와 유혹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든 말리거나 막아 보려고 애를 쓰는 아비가 등장합니다. 각자의 특성이 보이고 어쩌면 각자의 입장과 결과의 차이를 따라 본문을 읽어 보는 일도 좋겠습니다. 

 

음녀와 아비는 대척점에 서있지만 창과 방패처럼 유혹에 빠트리려 하고 유혹을 피하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음녀는 그냥 얌전히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온 동네를 돌아 다니며 자기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술수를 사용하여 그리고 유혹의 대상이 충분히 끌린 만한 것을 총동원하여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갑니다. 반대로 유혹의 길을 피하게 해야 하는 아비 역시 그렇습니다. 결과의 처참함을 폭로하고 유혹받는 대상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혹은 과장하여 밝힙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혹하는 음녀의 정체를 드러내는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어쩌면 이 둘의 공통점은 우리 삶의 일상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런 전방위적인 유혹 가운데 있습니다. 또한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고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경고하며 말리는 것 역시 제법 많습니다. 하지만 본문에서도 그렇고 실제 삶에서도 유혹을 받는 당사자의 입장은 늘 유혹을 말리는 소리들 보다는 유혹의 손짓과 소리가 훨씬 크고 매력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흥미롭게 생각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경고와 직언을 하는 아비의 모습입니다. 잘 먹히지 않고 답답해 보이고 속상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아비의 위치에 서계신다면 이 점을 깊게 명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말과 충고 조언은(그것이 아무리 옳고 필요하고 멋진 것이어도) 대체적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아니 그렇기에 더더욱) 절대 포기하면 안됩니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끈질기게 말을 이어가야 합니다. 

 

여러분이 듣는 이의 위치에 서있다면 여러분의 귀에 익숙하고 입에 단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대체적으로 귀에 솔깃한 이야기와 편안한 마음으로 살고 계시다면 어쩌면 여러분은 이미 유혹에 깊게 빠져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여러분에게 반복해서 아픈 이야기나 듣기 힘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존중하십시오. 역으로 너무 좋은 이야기나 과하거나 격한 칭찬 혹은 분에 넘치는 조건을 제시하는 소리에 솔깃하지 마십시오. 오늘 본문을 묵상하면서 저는 ‘보이스 피싱'의 장면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고객님’ 이라는 말 뒤에 따라오는 갖은 유혹과 협박은 모두 무시하시는 것이 적절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아주 조금씩 결과나 상황에서 의연해질 수 있는 힘을 길러나가게 됩니다.

 

https://youtu.be/l67bd9dDJ-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