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주일 설교 2021

2021 사순절 첫째 주 설교

Ridedaddy 2021. 4. 29. 10:57

 간다 / 사랑 안에 거하기 

요한복음 1장14, 요한일서 4장 7-10, 요한복음 15장 6-7

 

“재에서부터 와서 재로 살다가 재로 돌아간다.”

지난 사순절 첫째 주 우리의 묵상의 주제였습니다. ‘재'로부터 와서 ‘재’로 살다가 ‘재'로 돌아간다 할 때에 우리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내가 그렇게 하찮은가? 하는 마음일 수 있습니다. 이런 주제의 묵상은 내가 잘났음을 증명해야만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경쟁속 우리의 삶 가운데 매력적일 수 없는 그림이요 상상일 수 있습니다. 또한 ‘재됨'을 묵상하는 일은 우리를 움추려 들게 하고 오히려 억누르는 기제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사람들은 우리의 재됨을 묵상하고 생각하기 보다는 가능한대로 능력을 키우려고 하고 능력있는 모습으로 비취길 원하며 연약한 모습을 잘 감추는 일이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예측치 못한 시간 앞에서 혹은 죽음에 가까운 좌절과 실패 앞에서 우리가 사실은 얼마나 한계가 있고 연약한 존재인지를 경험하게 됩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의 연약함의 실체를 직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일상 가운데 힘을 얻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왜 우리가 ‘재로부터 와서, 재로 살고, 재로 돌아간다'는 말을 지금 끄집어 내서 곰곰히 생각해 보는 일이 유익이 될까요? 오늘 주신 말씀을 따라 새로운 위로와 격려 힘을 얻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오셨다.

지난 한 달여 시간동안 우리는 예수님을 ‘하나님이심을 포기하시고 우리의 일상 가운데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분' 으로 소개 받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요한복음 1장 역시 그 이야기를 요한의 어투로 전합니다. 요한복음 1:14절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하나님이신 말씀이(1절) 지금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일상) 오심으로 우리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누릴 수 없었던 것들을 충만하게 볼 수,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가 오심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보지 못하고 누리지 못했던 것)이 해결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그가 오실 수 밖에 없을 정도의 문제가 우리에게 있었다고 성경이 말하는 것입니다.  원래 그렇게 창조되지 않았는데 무엇이 지금 충분하게 볼 수 없고 누리지 못하게 만들었을까요? 

 

하나님은 사랑이다

요한일서가 말하는 이야기를 들어 봅시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7-8절)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 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10절). 하나님은 사랑이시기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는 그를 알고 서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 하나님의 사랑이 그의 아들을 보내시는 것으로 먼저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분명 우리는 사랑이신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기에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는 것이 기본값으로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실재속 우리는 사랑을 하지 못하고 무언가 문제 가운데 놓여 있기에 그것을 풀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또 한번 먼저 하나님이 아들을 보내는 방법으로 손을 뻗으신 것입니다. 그걸 요한일서는 ‘죄'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사랑하도록 지은바 되었는데 사랑하지 못하게 된 것 그것이 죄입니다. 

 

그의 안에 거하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붙어있지 않는 가지가 있다.  사실 우리는 ‘밖에 버리어 사르느니라’에 더 많은 관심이 가지만 사실은 가지가 포도나무를 떠났을 때 이미 그 존재는 죽었습니다. “그의 안에 거하는 삶"이 전혀 자연스러움(노멀)이 아닌 삶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매력을 전혀 보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우리의 형편 때문에 오늘 “나의 안에 거하라"가 울려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재에서 왔음을 부정 하려고 하는 마음, 재로 살고 있음을 감추고 싶은 욕심, 결국 재로 돌아가는 것을 조금이나마 연기시키고 꾸역꾸역 지탱하려는 미련함이 역설적으로 사랑보다는 경쟁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안에 거함으로 뿌리를 깊게 내리는 일보다는 흔들려도 마음껏 바람에 날리는 겨의 삶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은혜와 실천

우리는 재에서 왔지만 토기장이이신 분이 아름답게 걸작품으로 지으셨기에 내 모습 자체로 충분히 멋질 수 있습니다. 비교와 경쟁 속에서 내가 아닌 또 다른 모습을 만들어 내야만 가치있어라고 말하는 속삭임에 대해 단호히 거절을 선포하십시오. 그리고 그렇게 만드시고 끊임없이 미끄러졌던 우리에게 다시 기회를 제공하시며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그 은혜를 받으십시오. 그리고 그 은혜 안에서 철저히 당신의 색깔, 당신의 목소리, 당신의 속도를 열심히 찾으십시오. 그리고 그것들을 찾으셨다면 그 색깔, 소리, 속도로 열심히 사랑하십시오. 다른 이의 색,소리,속도를 인정하시고 걸음을 맞추시고 눈을 맞춰 공감하며 같이 걸어 가십시오. 마지막 우리는 재로 돌아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머물거나 여기가 다인 사람이 아니라 돌아갈 곳이 있는 이들 이기에 순례하는 사람들처럼 살기를 힘써야 합니다. 순례자처럼 우리에게 놓인 삶을 가볍게, 즐겁게 그러나 서두르지 말고 사랑하며 같이 갑시다. 

 

www.youtube.com/watch?v=115u1-0_p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