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능력, 참 기쁨 (빌립보서 4장 10-14)
우리는 바울이 가장 인상 깊게 자신이 가진 신앙의 매력과 능력을 보이는 성경 구절 앞에 서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는 어떤 구절이 보이시나요? 또 그 구절 앞에서 어떤 마음(감정)을 느끼시나요? 오늘 바울이 자랑(?) 하는 신앙의 매력(능력) 앞에서 천천히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이전과는 또다른 측면의 위로와 격려를 경험하시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매력의 끝판왕으로 보여진 구절입니다.그러나 이 유명한 선언 안에서도 우리는 보물을 놓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에서 너무나 쉽게 또 자주 우리는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에 눈과 마음이 끌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울의 이 유명한 고백의 더 큰 강조점은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라는 사실을 우리는 제법 곰곰히 씹어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최종 결과(열매)는 사실 출발과 과정(좋은 뿌리 혹은 나무)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과 제 눈과 마음이 열매 보다는 뿌리에 더 많이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두번째 바울의 유명한 선언은 “자족”입니다. 예 바울이 여기서 소개하는 자족은 머리 속에서 혹은 종교적 교리안에서 얻어진 것이 아님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바울의 고백속 자족이 정말 멋지고 힘이있는 것은 그것이 그의 삶의 구비구비를 거쳐(바울의 고백을 따르자면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운것” 입니다.) 나온 생생하게 살아있는 선언이라는 것입니다. 자족이 말이나 글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삶의 구비구비에서 생생하게 터득된 살아있는 고백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주 안에서 크게 기뻐함은…
바울의 멋진 선언 가운데 어쩌면 가장 덜 종교적이고 폼나지 않지만 사실 가장 현실적이고 생생하며 매력적인 부분이 여기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바울은 신앙의 뿌리에 대한 천착과 삶의 구비구비 속에서 길어낸 의연함의 모습을 갖게 된 중요한 토양을 ‘사람’ 이라 말합니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을때,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외로운 이를, 그저 귀히 여겨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과 환대를 베풀어 준 빌립보 교인들 그들이 있었기에 이 모든 멋진 선언과 고백의 힘이 나올수 있었다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들이 이런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고 여러분들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만 더 보탠다면 바울에게 빌립보 교인들은 말만의 삶이 아닌 구체적인 사랑과 환대를 주고 받는 그런 관계였다는 사실입니다. 디딤돌 식구들이 이런 사람들이셔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이제 오늘 말씀을 마무리하면서 이전에 한 번 나눈 적이 있는 시 한편을 소개하고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드리는 기도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를 묵상하면서 다시 저에게 찾아온 시입니다. 특별히 오늘 바울의 모습을 같이 나누면서 참된 신앙의 능력이 무엇일까? 를 생각하며 바울의 고백이 좀더 생생하게 우리의 삶 곳곳에서 느껴지고 깊어지고 넓어지길 소망하며 마무리 적용으로 이 시를 읽어 드리겠습니다.
오래된 기도 /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