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0613) "허망 vs 영원"(잠언 23장 4-5,10-11)
잠언은 거의 90% 정도의 분량으로 인과응보적인 세계관을 말합니다. 게으르면 성공할 수 없고 정직하지 않으면 결국 망하게 되고 남의 말을 함부로 하게 되면 결국 그 말로 자신이 피해를 입게 됩니다. 역으로 성실하고 근면하면 추수때 기쁨으로 거두고 정직하며 당장은 손해를 보는 듯 하지만 결국 인정을 받고 말을 조심하고 때에 맞는 말을 하게 되면 칭찬과 사랑을 받게 됩니다. 결국 잠언이 말하는 지혜로움은 일차적으로 지혜로운 사람을 성공으로 인도합니다.
이런 인과응보적 세계관에서는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성공과 실패의 길이 명확하고 정답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여기 땅의 삶 역시 90%는 인과의 법칙 안에 놓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땅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먼저 주목하고 따라야 할 잠언의 제안,권고,설득은 이런 명확한 정답을 듣고 실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다른 교묘한 핑계나 변명으로 자신의 게으름이나 정직하지 못한 삶 통제되지 않는 말이나 감정표현을 무마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나머지 10%가 무엇이며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잠언은 10%의 인과응보의 세계관을 벗어난 내용에서 계속 "인과응보의 세계관이 전부가 아님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설득은 몇 가지 유형으로 전개됩니다.
그 중 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많은 재물보다 명예를 택할 것이요 은이나 금보다 은총을 더욱 택할 것이니라” 22장 1절
인과응보의 세계관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소개되는 부와 재물 그것보다 더 나은 것 명예와 은총을 구하라는 말입니다. 이 말을 뱉어내기 전까지 잠언이 철저하게 부와 재물이 성실과 정직의 결과로 주어진 상급임을 누누이 언급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보다 더 나은 무엇이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사람들의 인정과 은혜를 받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지혜로도 못하고, 명철로도 못하고 모략으로도 여호와를 당하지 못하느니라" (21장 30절)
"싸울 날을 위하여 마병을 예비하거니와 이김은 여호와께 있느니라" (21장 31절)
우리가 최선을 다하여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말입니다. 여기에는 ‘하나님의 전능,절대 권력'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과 대조되어 강조됩니다.
우리의 일상으로 다시 눈을 돌려 보겠습니다. 대체적으로 우리의 삶은 성공을 위해 좀 더 성실하게, 열심히, 지혜롭게 수고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런 수고에 대해 약간의 시차가 있을 수 있지만 적절한 결과를 얻게 됩니다. 이런 인과응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나 공동체는 아직 정의롭거나 공정한 사회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고 우리도 그 사회의 일원으로서 정직하고 성실하고 지혜롭게 수고를 하여 그 결과를 누리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공정한 사회가 되어도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남습니다. 인과응보의 법칙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가치와 미, 덕, 관계의 세계가 있습니다. 학교 공부가 가르쳐주지 않는 복잡한 인간관계가 있습니다. 게으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가서는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모두들 성공을 위하여 경쟁만 해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더불어 사는 삶이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아프게는 우리의 수고가 우리의 계산과 원함대로만 풀리지 않는 복잡하고 만만치 않은 변수로 둘러 쌓여 있는 것 또한 우리는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잠언은 교만과 대조되는 ‘겸손'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경험하고 배우고 깨달은 것 그래서 가지게된 여러 확신과 상식 그것이 나를 단단하게 해주고 나를 지탱하는 뿌리가 되지만 그것이 깊어질수록 그것이 다가 아님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잠언이 그렇게 강조하는 ‘겸손'의 의미입니다. 그러니 주눅들고 눈치를 보고 살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용기있게 새로운 세상을 향해 도전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살라는 말입니다.
이제 오늘 본문이 강조하는 마지막 강조를 이야기하고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중 하나인 10-11절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옛날에 세워 놓은 밭 경계표를 옮기지 말며, 고아들의 밭을 침범하지 말아라.
그들의 구원자는 강한 분이시니, 그분이 그들의 송사를 맡으셔서 너를 벌하실 것이다.”
처음 말은 아마도 정직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 자기의 땅을 정하여 표시한 것을 옮겨서 자기의 유익을 구하면 안된다. 힘으로나 정치력으로나 그런 공의롭지 못한 행동을 하면 안된다 입니다. 두번째는 약자들을 억압하고 약탈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하나님이 그들의 편이 되셔서 그렇게 행동하는 자를 벌하실 것을 강력하게 말합니다. 잠언이 거의 매장마다 한 번 이상은 강력하게 밝히는 가난한자와 더불어 사는 삶입니다. 한국교회 안에서는 “잘 믿으면 복받는다"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공해서 남주자"의 시대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잠언은 “더불어 살기 위해 애를 써라"를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분명 허망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이유는 그것이 당장 우리 눈에 확실한 모양과 색깔로 다가오며 우리 손에 확실하게 잡힌다는 것입니다. 예. 그 확실한 것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십시오. 하지만 잠언의 이야기를 좀 더 주의 깊게 들으십시오. “당신에게 확실한 그것 너머에 다른 세상이 있습니다. 그것을 겸손하게 인정하십시오. 그리고 더불어 사랑하며 살기위해 애를 쓰십시오” 이것이 잠언이 말하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모든 지식의 근본이다 라는 말의 구체적인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