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주인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나갈때마다
오늘 만날 친구들이 누구일까 머리로 생각한다
오늘은 멋지고 늠름한 해를 만나겠군.
푸른 가을 하늘의 구름은 어떤 모습일까?
오늘 새롭게 만나게 될 꽃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늘 그렇게 하나 혹은 둘 이상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떠난다.
그런데 열에 아홉은
내가 설레며 기다렸던 친구들이
아닌 진짜 주인들이 나그네를 환영해 주곤한다
오늘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몰고 가다가 불쑥 차를 멈추게 한 건
들에 핀 봄꽃들의 귀엽고 소중한 손길이었다.
차를 급히 세우며 "음. 예쁜 공주 왕자님을 알현하겠군"
눈에 들어오는대로 열심히 공주 왕자님을 알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도 예외없이
주인은 따로 저기 저기 의젓하게 숨어계시는 법
자기 할 일을 다하고 이제는
너그러운 몸으로 서계신 노왕을 뵈었다
노왕의 옆에는 목마른 새들 목축이라고
넉넉하니 물을 담은 청지기와
날다 날다 지친 몸과 주린 배를 채우라고
곳간 열고 기다리는 곳간지기
그리고 이들을 저 하늘 끝
가로지른 전선줄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꼬마 하늘 왕과
풀잎 끝에 머문 애기 이슬 공주와
열렬히 이슬공주에게 구애하는 옆집 왕자
내가 전혀 상상도 못한
오늘의 주인들이
얼른 와서 자기들 말을 들으라고
오늘의 주인은 우리라고 우리를 담으라고
말을 걸어 온다.
그렇지. 삶이 그런거지.
늘 상상과 기대 밖의 일들이 우리 앞에 있고
그 부름에 따라 마음 열고 몸을 움직이면
또 다른 풍경과 세상을 만난 기쁨을 볼 수 있는 거지
그렇게 오늘도 뜻밖의 주인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