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방/사진

고맙다. 거기 그냥 머물지 않아줘서

Ridedaddy 2021. 6. 5. 07:45

여기저기 하늘 곳곳에

날카로운 선이 널렸다

 

어떤 놈은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펼친 듯도 하고

다른 놈은 나 좀 살려달라 소리친다

 

자기가 원래 살던 기둥집을 떠나 

허공의 질주를 하며 일탈을 꿈꾸기도 하고

능숙한 말솜씨로 친구들을 꼬셔 집단 가출을 감행하기도 한다

 

마침내 꿈을 찾아 떠난 

그 여행에서 그들은 또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예상밖 형님과 선배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놓인 그 하늘은 기대했던 푸른 빛 하늘이 아니라

그들 앞에 놓인 미래의 음울하고 음산함을 잔뜩 담은 잿빛이다

 

잿빛 하늘 속 

그들의 무모한 도발을 

저 멀리 집에 남아있는

늙수그레한 어른들은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고

처음보다 훨씬 어두워져

이제는 당장이라도

울컥 눈물을 쏟을 듯 한 하늘도 

아무 말이 없다. 

 

이들의 오랜 소원은 어찌될꺼나?

마냥 무겁기만 한 시간이 지나갈 수 는 있을까?

저 두꺼운 잿빛 넘어 어디에 푸른 하늘의 얼굴이 있기는 한 걸까?

어떤 것도 힘을 보태거나 상황을 호전시킬 수 없는

아무런 힘도 없는 후줄근한 어른들은 그저 헛헛한 마음만 보탤 뿐

이제 모든 것은 너희들 몫이다.  그래 멈추지만 말아라. 그래 살아만 있어주렴. 

설혹 너희들이 꿈꿨던 그 푸른 하늘에 다다르지 못하고

가슴답답한 시간들이 그보다 더욱 무거운 일들이 너희에게 일어나도

처음 소곤대며 다져 잡았던 너희들의 손잡음으로 끝까지 그리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고맙다. 애들아 그냥 거기 머물러있지 않아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