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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묵상 20. 잠언 13장 13-25절

Ridedaddy 2021. 5. 25. 22:32

때로 성경의 이야기가 지금 여기 현실과의 거리를 도저히 좁힐 수 없는 상황을 말할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한 줄도 한 칸도 나아갈 수 없는 묵상의 시간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너무나 확실한 신앙의 태도로 “매를 아끼는 자는 그의 자식을 미워함이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하느니라”에 근거하여 자신의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사랑의 매’라고 강변하고 안도하는 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니 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아주 인자한 목소리와 얼굴 빛으로 하지만 단호하게 아이를 때려서라도 훈계 양육해야 하는 것이 반인권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성경의 절대 권위를 흔들리는 세상의 가치관의 변화에 편승해서 무너트리는 불신앙이라고 그러니 신앙으로 돌아오라고 말하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오늘 나에게 다가온 본문을 성경이기에 그대로 꿀꺽 삼키기에 나는 참 신앙이 없다. 오늘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 말씀은 이것이다. “선인은 그 산업을 자자 손손에게 끼쳐도 죄인의 재물은 의인을 위하여 쌓이느니라” 아무리 몇번을 기도하고 읽어보아도 그나마 앞 부분은 우리 아버지의 기도로 부터 이어오는 핏속의 여진으로 백번 양보하여 인정한다 하여도 뒷 문장에 이르러서는 도저히 공감을 표할 수 없다. “죄인의 재물이 의인을 위하여 쌓인다”고?  내가 사는 여기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이 말을 어떻게 삼킬 수 있을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이어지는 구절이 같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어지는 다음 구절은 이렇다 개역 성경은 바로 읽자마자 뜻을 이해하기가 조금 애매해서 조금 다가오기 쉬운 번역본으로 소개해본다. 가난한 사람의 땅은 많은 양식을 낼 수도 있으나 불의가 그것을 쓸어 가 버린다.”  유진 피터슨은 조금 더 세게 자신의 마음을 담아 이렇게 사역을 하였다. “은행은 가난한 사람의 밭을 압류하고 또 다른 가난한 사람은 나쁜 변호사에게 그의 옷을 빼앗긴다" (탱큐 유진) 이 구절이 그나마 내 마음을 위로하는 것은 그래 바로 이게 현실이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성경이 현실을 완전히 모르는 그저 순순함이나 이상적인 하늘의 소리만은 아니지 라는 생각을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이런 위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악인의 재물이 의인을 위하여 쌓인다” 과연? 그 부분은 동의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서 현실의 문제를 알고 있는 성경 저자가(많이 양보해서 신앙적으로 하나님께서)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현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그렇게 될꺼야! 를 말하는 걸까? 그러니 참고 힘내라고 격려하기 위한 말일까?  조금 더 나가서 그런 세상이 옳은 세상이니 그런 세상을 만드는 일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라고 말하고 싶으신 걸까? 

 

애정이 있다면 그냥 방치하거나 비겁하게 피하지만 말고 끝끝내 아이들과 싸워라 하지만 꽃으로라도 아이를 때려서는 안된다를 따르는 사람이라면 오늘 이야기를 고민하며 나는 어떻게 받을까?를 고민해야만 할 듯 하다. 여기저기 불공정의 문제를 외치는 아우성의 바닥에 ‘성공지상주의'가 있다면 정말 비현실적인 잠언의 선언을 다른 누구에게 강요 혹은 설득과 주장 하기 전에 나에게 오늘 여기에서 어떻게 다가오는가?를 물어야 한다. 아 어려운 문제다.

 

https://youtu.be/PY2xQo9CgpQ

짧은 묵상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