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방/사진
우리 동네를 지키고 있는 분들
Ridedaddy
2021. 5. 25. 12:43
셋째를 학교 내려주고
갑자기 가을로 도망간
날씨의 깔깔함 때문에
집으로 오던 차를 멈췄다
보스턴 시내의 전경이 보이는 언덕에 서서
여름도 오지 않은 가을 바람을 맛본다
처음에는 가을 바람과 가을 하늘 구름이 좋아서
차를 멈췄는데 눈과 마음에 다가온 분들은
엉뚱하게도 전혀 기대치 않았던 만남이었다
사람들의 눈길이 피해간
구서구석 곳곳에 서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우리 동네를 지켜 서 있는
작지만 야무지고 당당한 멋진 분들
재질도 다르고
있는 자리도 다르고
모양도 성별도 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색깔도 다른
눈에 띄지 않고 그냥 자기 자리에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계절이 바뀌어도
물가에 심기운 나무처럼 거기 그렇게 있다는 것만 공통분모를 가진
여름도 못되었는데 가을로 훌쩍 도망하려는
깔깔한 바람 때문에 잠시 멈춘 언덕에서
이전에는 그냥 지나쳐 버렸던
예쁘지도 멋지지도 근사하지도 않지만
공원을 지키고 마을을 지키는 멋진 분들을 이제야 만났다.
새롭게 봐야 보이는 게 있고
보아야 알 수 있고 알아야 고마와 할 수 있나보다
그렇게 오늘 나는
깔깔한 바람 때문에 또하나의 고마움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