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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묵상 18. 잠언 12장 1-14절

Ridedaddy 2021. 5. 23. 09:13

잠언은 악인 선인 혹은 지혜로운 자 어리석은 자의 대립 구도를 들어 설명을 많이 합니다. 각각의 특성, 결과를 대조시키면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권고를 하는 것이지요. 보통 결과의 문제를 비교할때 반복되어지는 것은 영원한가 일시적인가? 혹은 위기의 상황에서 견딜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 결국 구원을 받는가 멸망에 이르는가 등으로 설명되어집니다. 

 

그렇다면 각각의 특성의 비교는 어떻게 소개되고 있을까요? 정직과 속임이 가장 대표적인 대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입술, 손, 마음등으로 변형(확장)되기도 합니다. 거기에 가끔씩 등장하는 것이 이기적인 포학함과 긍휼의 마음 정도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묵상에서 몇 번 소개해 드렸던 것처럼 이러한 지적은 시간을 넘어 보편적인 상황으로 읽을 수 있겠지만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하고 점점 더 양극화의 절정에서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더 현실감있게 읽힐 수 있다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잠언의 이런 제안을 너무나 가볍게 코웃음 치며 “그건 너무 이상적인데요” “그렇게 하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를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현실은 우리로 점점 지혜의 길, 옳음의 길을 가볍게 여기거나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자의 선언 정도로 여기거나 정반대로 종교적이고 윤리적인 절대 가치체계로 만들어 생각없이 마구 외우고 무조건 순종해야 하는 것으로 만들어 버려서 잠언을 너무나 뻔하고 재미없는 도덕책 으로 만들어 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말씀드리는대로 우리는 잠언을 우리에게 정답이나 규율 혹은 비법을 말하는 책으로 읽지말고 오늘 나에게 주시는 사랑하는 이의 편지로 마음을 열고 읽기를 힘써야 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 본문에서 제 마음을 끌어 당겼던 구절은 여태까지 살펴보지 못했던 조금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비천히 여김을 받을찌라도 종을 부리는 자는 스스로 높은체 하고도 음식이 핍절한 자보다 나으니라” “자기의 토지를 경작하는 자는 먹을 것이 많거니와 방탕한 것을 따르는 자는 지혜가 없느니라” 본문이 말하는 것은 속임의 문제에서 ‘스스로를 속임’의 문제로 좀더 깊게 나아갑니다. 첫번 문장은 위선에 따르는 착각(현실 감각의 결여) 을 말하며 두번째는 게으름과 무절제를 경고합니다. 왜 이 두 구절이 마음에 닿았냐면 이전에 계속 반복되는 잠언의 소리가 외부적인 환경과 분위기와 맞서고 어떡하던지 지혜의 길을 위해 싸워 나가야 하는 문제였다면 오늘 구절은 그 싸움의 장소를 나 자신에게로 끌고 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두 구절의 공통분모는 ‘몸’입니다. 지혜는 머리나 생각 혹은 신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몸’의 문제라는 것을 오늘 잠언은 못박아 말합니다. “당신이 어떤 깨달음을 얻었든지 이전에 어떤 사회적 지위에 있었던지 많은 고상한 말을 하는 것보더 당장 네 몸을 사용하여 너와 네가 부양해야 할 이들이 생존을 책임지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게으르거나 무절제해서는 절대 안된다.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좋은 가치들과 옳음은 당신의 머리속에서 되내어져야 하는게 아니라 손과 발을 통해 당신의 몸과 삶 전체 가운데서 살아내 져야 하며 그럴때 완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