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이 말하는 지혜는 무얼 말하나요?
제가 성경적 지식도 부족하고 열성으로 공부하는 편도 아니어서 성립될 만한 질문인지 확신이 없네요.
성경적 지식이 없어도 궁금한게 있으면 질문할 자격은 충분하고 모든 질문은 일단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요.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면 질문이 생긴 것이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잠언 1장 20절~ 33절을 읽고 궁금한 게 있어서요.
잠언 전체 앞뒤 맥락을 전혀 모르고 드리는 질문이라서 그 점 감안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체를 알아야만 이해가 되는 혹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성경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요 하지만 잠언은 오히려 끊어서 보는 것이 더 좋은 책 중에 하나입니다. 잠언은 당시에 이미 존재하는 여러가지 좋은 격언이나 속담 지혜로운 말들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쩌면 전체적인 구조를 가지고 보기 보다는 끊어 읽는 것이 더 적절할 때가 많습니다. 묵상을 올리는 저도 그런 매력때문에 재미를 느끼고 있구요.
목사님 영상은 잘 이해를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영상을 보기 전에 잠언을 읽었을때 지혜라는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가 어려웠습니다.
예 전문가들도 잠언이 말하는 지혜의 개념이 간단히 몇 마디로 정의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보편적인 지혜 즉 세상의 상식인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의 지혜인가요. 아니면 둘다인가요.
답을 드리기 전에 거꾸로 질문을 드려보지요. 보편적인 지혜와 하나님의 지혜는 어떻게 다른가요? 아마도 후자가 좀더 종교적인 혹은 기독교 혹은 유대교가 기대어 있는 경전(구약 성경이라 부르는)의 하나님과 관계된 특별한 것을 말한다 생각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다른 성경에 비해서 잠언 안에 드러난 지혜는 소위 말하는 보편적인 지혜와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잠시 말씀드렸듯이 잠언은 이미 고대 근동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꼭 유대인들만이 아니라도) 좋은 글들의 모음집 성격을 띄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다른 성경들 속에는 자주 그리고 강하게 드러나는 종교적인 언급이나 사건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성경 안의 책이기에 그들이 생각했던 하나님과 그들의 관계 같은 것이 드러나기는 하지요. 예를 들자면 잠언 9장 10절 처럼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 라는 노골적인 언급도 있습니다.
보편적인 지혜 없이 하나님의 지혜를 적용해 사는 경우와 보편적인 지혜를 실천하며 살지만 하나님의 지혜를 외면하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을텐데요. 이 두가지 가운데 어떤 것을 더 강조하고 있는 건가요.
그러니까 앞의 설명을 이어가 보자면 결국 잠언의 결론과 주제는 앞에서 말씀드린 9장 10절의 선언으로 모아진다는 면에서는 하나님의 지혜가 메인이 되겠지만 실제 내용에 있어서 잠언이 말하는 하나님의 지혜라는 것은 종교적이거나 추상적인 어떤 것이라기 보다는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것 / 예를 들자면 의리를 소중히 여긴다. 정의를 구현한다. 자기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 으로 소개되고 있기에 보편적인 지혜와 겹치는 부분이 제법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잠언 묵상 속에서(그리고 지난 주일 설교에도 말씀드린) 하늘의 음성을 예배, 기도, 성경의 종교적인 영역 안에서만 들으려고 하면 안되고 우리의 일상 속이 실패와 좌절 그리고 그 안에서 부대끼는 많은 이들 과의 관계 그리고 전혀 기대치 않았던 일들과 위로 혹은 펜데믹 상황에서 오히려 깨닫게 되는 느리게 살면서 작은 것의 의미를 발견하고 놓치고 있었던 나무, 돌, 하늘, 길을 볼 수 있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계속 잠언을 읽어 가면서 구체적인 우리 일상에 더 많이 비춰 보며 묵상해 나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