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방/사진
너라서 멋지고 그렇게 쌓여 생명이 역사가 된다.
Ridedaddy
2021. 5. 11. 06:06
튼튼한 나무 속 아주 수줍게 붙어
자신의 모습을 알리는 연한 가지와 잎을 담아내려면
멈춰서고 조용히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연한 가지 끝 푸르게 달려있는 잎과
잎 끝에 맺힌 작은 빗방울 역시 마찬가지다.
작을수록 더 귀기울여 들어줘야 하고
작은 그들의 소리에는 오히려 진한 생명의 힘이 있지만
그 힘은 많은 산과 골을 넘어 지금 여기에 있다.
풀숲에 조심스레 자리 잡은
작은 들꽃들에게도 각기의 사연이 있다.
풀은 풀대로 지는 꽃과 피는 꽃은
그들 나름의 색과 모양을 가지고
자신의 속도와 이야기를 말한다.
그냥 들플이고 들꽃이라 퉁칠만큼의 시간이 없는 사람은
절대 들을 수도 볼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각각의 색, 모양, 이야기를 만약 찾아내 보고 들을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네 삶이 지금보다는 훨씬 풍요하고 멋지지 않을까?
이름도 붙일 수 없고 그냥 잎이라 불려지는 그들도 자기 삶이 있다.
그리고 태어나고 자라고 시간이 흘러 땅에 떨어져 밟히고 또 다시 씨를 뿌린다.
어느 것 하나도 눈에 띌 것없는 그저 평범한 일들이고 작은 삶이지만
그 안에 생명이 다시 시작하고 역사는 쌓인다.
우리가 오늘 여기를 후회없이 살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있다.
폼나고 멋지지 않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듯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 하루하루가 쌓여 역사가 되고 그 안에서 또 생명은 시작하고 크고 지기 때문이다.